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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CC 2018을 다녀와서

category 세미나 2018.03.08 22:30

 반도체분야에서 가장 권위있는 학회인 ISSCC(국제 고체회로 학회)는 매년 2월달에 샌프란시스코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다. 연구실 사람들과 함께 2월 9일부터 19일까지 학회 참가 겸 미국에 방문했다. 미국 여행 일정은 다음과 같다. 몬테레이에서 1박, 샌프란시스코로 도착해 5일동안 학회 일정을 소화하고, 남은 기간엔 네바다 주에서 라스베가스 다음으로 두번째로 큰 도시인 리노 여행을 하는 것이었다. 


미국의 첫 인상은 깔끔하고 시원스런 도로와 널찍하게 떨어져있는 아담한 건물들. 동남아시아 여행할 때는 사방에 낯선 건물들과 언어들로 가득해 여행지에 왔다는 걸 실감했지만, 영화에서 자주 볼 법한 집들과 간판들을 보며 미국은 왠지 낯이 익었다.


첫 날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차를 렌트한 후 몬테레이로 향했고, 생선구이 집에서 저녁을 해결했다. 몬테레이는 아름다운 해안가로 유명하며, 세븐틴마일즈라는 드라이빙 코스, 골프장, 수족관 등이 있다. 다음 날 세븐틴마일즈를 드라이빙 하려고 했지만, 운영하지 않아 급하게 수족관으로 방향을 틀어 수족관 구경을 했다. 몬테레이 수족관은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를 자랑하고, 해양생물학자이면서 동시에 HP의 창업자의 딸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HP라는 거대한 전자기업의 후원을 바탕으로 큰 규모의 수족관을 운영하는 것 같았다. 독특한 점은 단순히 해양 생물들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심해부터 해안가에 서식하는 조류들까지 하나의 생태계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마지막에는 멍게와 같이 해양생물들을 직접 만져볼 수 있도록 체험공간이 마련되었는데 아이들의 반응이 꽤 좋아보였다. 수족관 바로 옆엔 존 스타인 벡의 소설이기도 한 정어리공장(cannery row) 관광지가 있다.


몬테레이 관광을 이렇게 마치고, 샌프란시스코로 다시 되돌아왔다. 캘리포니아 지역은 예전에 멕시코 땅이었는데 따라서 스페인 지명(산호세, 샌프란시스코 등등)이 많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 몬테레이는 캘리포니아 최초의 주도였다고 하며, 아마 캘리포니아가 미국에 귀속되며 발전해 나갈 때 가장 먼저 사람들이 모여든 곳으로 짐작된다. 중간에 길로이라는 아울렛이 있는데 잠깐 들러 쇼핑도 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렌트카를 반납하고 샌프란시스코 도심지로 도착했다. 


샌프란시스코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자유와 개방. 게이들의 성지, 히피문화, 반전운동, 이민자들이 모여있는 동네들... 

심지어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금문교는 북미에서 가장 자살률이 높다고 하니 삶을 포기하는 것마저도 하나의 자유로 간주되는 동네로 봐도 될까.


샌프란시스코 동쪽으로는 버클리가 있고, 남쪽으로 내려가면 실리콘 밸리가 있다. 


첫 날에 버클리에 방문했었는데 운이 좋아 투어프로그램에 참여해서 학교를 둘러볼 수 있었다. 버클리의 지명은 영국의 성공회 주교 버클리가 미국에 대해 저술한 책에 나오는 구절 '제국의 방향은 서쪽을 향한다'에 기반해서 지어졌다고 한다. 서부 개척자 중 한명은 이 구절에 깊은 감명을 받은 모양이다. 버클리 대학교 창학에 예일대학교 출신들이 많은 도움을 줬고, 버클리의 상징 색인 파란색이 예일대의 그것과 동일한 색상이라고 한다. 버클리는 서부 명문대 중 하나로, 60년대 학생운동과 반전운동의 최정점에 서있었던 곳이다. 마리오 사비오라는 학생이 주도했던 자유언론운동(free speech movement)은 무척 유명하다. 그 외에 과학 및 공학분야에서 버클리가 기여한 점을 언급하자면 입이 아플 정도다. 화학 주기율표의 상당부분을 버클리에서 발견했으며, 특히 내가 전공하고 있는 회로분야에서 버클리 출신들의 파워는 막강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지하철타고 30분이면 갈 수 있으며, 학교 투어 프로그램도 잘 되어있고, 방문해보진 못했지만 교내 식물원과 과학관도 있는 것 같다. 기념품 가게가 정말 크다. 버클리 문양이 박혀있는 온갖 종류의 티셔츠와 기념품들을 구할 수 있다. 또한 버클리의 상징 새터타워에 오를 수 있으며, 샌프란시스코 베이까지 경관이 보인다고 한다.


ISSCC 학회장에 처음 갔을 때의 놀라움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크게 두 가지 점이 인상 깊었는데 논문에서만 봤던 유명 저자들, 내가 공부하는 책을 저술했던 해당 분야의 대가들을 눈 앞에서 봤다는 것과 사람들끼리 소통하면서 이야기하는 모습이었다. 학회 자체는 처음이었지만, 학회는 아직 구체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발표가 끝나면 질문도 받고 대답을 주고 받으며 아이디어의 부족한 점을 그 즉시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저전력이라는 분야를 처음 개척한 MIT의 찬드라카산 교수, RF VCO 분야에 지대한 공헌을 한 토마스 리와 하지미리 교수, UC 머시드 총장을 역임하셨던 강성모 교수, 인공지능 칩과 웨어러블 및 바이오 칩을 활발히 연구중인 유회준 교수, 전자회로 교과서의 저자로 유명한 라자비, LNA 분야 노이즈캔슬링 기술을 처음 개척하고 나우타 회로로 유명한(수영하다가 우연히 발견했다고 전해지는) 브람 나우타 교수 등 아날로그, RF, 디지털 각 분야의 날고 기는 사람들을 잔뜩 볼 수 있었다. 저녁 좌담회 중 이러한 거장들이 모여 자신들의 실수 혹은 경험담을 나누는 시간이 있었는데 서로 농담을 주고 받으며 대가들만의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가까이에서 이들을 보는 것 만으로도 큰 자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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