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에 대하여

2015.08.19 01:28

나는 평소에 인문관련 책을 즐겨 읽는다. 사실 인문학 책은 무척 난해하다. 하지만 내가 그런 책들을 즐겨 읽는 이유는 단 한가지. 사람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책에 나오는 여러 개념들은 지금 우리에게 그렇게 유용하지 않다. 예를 들어 최고의 병법서 중 하나로 꼽히는 전쟁론은 나폴레옹 시대에 지어진 책이다. 그 책에 나오는 여러 군사이론들이 현재 유용할까? 하지만 그 책은 여전히 군 내에서 많이 읽히고 있다. 책에 나오는 개념 혹은 이론보다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시간을 통해 사람에 대한 직관을 키우는 것이 궁극적인 인문학의 목표다. 순수 과학을 제외한 대부분의 학문은 사람에 대한 학문이다. 사람에 대한 직관은 곧 학문을 대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자질이다.

‘클라우제비츠(전쟁론의 저자)라는 사람은 전투에 대해서 이렇게 말을 했는데 전투란 과연 무엇일까? 어떻게 효율적으로 전투를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는 순간 인문학은 죽은 학문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살아있는 것이다. 비록 책의 저자는 죽었지만 책을 읽는 순간 만큼은 살아서 같이 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일어지는 각종 부조리와 엽기적인 사건들, 갑(甲) 문화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 우리는 학교를 다니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 적이 없다. 나 자신, 다른 사람 그리고 사회에 대한 생각 말이다. 단순히 시험을 위한 공부를 했을 뿐. 그렇게 맹목적으로 길들여진 사람들은 단순히 짐승처럼 물질만을 쫓는다. 그게 무엇인지도 모르고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이다. 한번도 머리를 써본 적이 없기에.

 

인문학이 난해하고, 사람들과 멀어지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첫째, 번역의 문제. 우리나라에 들어온 번역서들은 오역도 많고 일본판이나 영문판을 중역한 책들도 많다. 문장도 매끄럽지 않고, 용어에 대한 정의도 불명확해 책마다 용어가 모두 다르다. 내용과 형식에 대한 통일된 논의가 시급하다.

둘째, 시대적 배경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대한민국 입시에 관한 책을 몇백년 후 미국 사람이 봤다고 가정해보자. 고등학교 3년을 겪은 대한민국 사람들은 모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적, 공간적으로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이 과연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인문서적은 오래 전 다른 공간적 배경을 가진 사람이 쓴 책이다. 충분한 배경설명이 있지 않다면 책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불가능하다. 번역도 중요하지만 그것에 앞서 인문서적에 대한 쉬운 대중서도 많아졌으면 좋겠다.

 

난해한 인문학이 아닌 즐거운 인문학이 될 수 없을까? 만약 뜻하지 않게 돈을 많이 번다면 인문재단을 세워서 앞서 말했던 활동들을 지원하고 싶다. 유능한 인문학자들이 어려움 없이 맘껏 글을 쓰고 소통할 수 있도록.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생각하고, 더 큰 뜻을 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잘사는 대한민국이 아닌 아름다운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과에 대하여  (2) 2015.11.28
애국에 대하여  (0) 2015.08.19
인문학에 대하여  (0) 2015.08.19
도쿄여행-정리(생각한것)  (0) 2014.12.13
영어에 대하여  (0) 2014.11.16
고민에 대하여  (2) 2014.11.09

도길이 생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