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실리콘밸리 개발자 이야기

2015.11.28 03:41

제어공학 교수님이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강연을 가라고 권유하셨다. 제자 중 한명이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데  동료들을 데리고 학교에 방문한다고 했다. 총 4명이 왔다.


실리콘밸리 수많은 스타트업의 시작은 아주 사소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부터라고 하셨다. 일상의 사소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강한 욕망이 지금의 실리콘밸리를 키웠다. 실리콘밸리에는 동양인들을 포함해서 무척 다양한 인종들이 있다고 하셨다. 그만큼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같은 문제를 두고서 다양한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그리고 개방과 공유의 문화. 실리콘밸리에서는 가진 것을 나눠주는 문화가 만연해있다. 즉, 투자는 새로운 투자를 낳는 선순환이 계속된다. 성공한 창업가는 다른 스타트업을 키우고 지원한다. 자율은 실리콘밸리를 설명하는 또 다른 중요한 가치이다.


그 분은 실리콘밸리는 평범한 사람을 인재로 만드는 곳이라고 하셨다. 평범한 사람도 다양한 색깔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리고 자극을 받다보면 어느 순간 더 크게 성장한다는 뜻이다. 한국과 가장 큰 차이점은 믿고 맡긴다는 점. 즉, 긍정과 신뢰의 힘. 그러한 문화는 사람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워낙 천차만별의 사람들이 있다보니 기업들은 그 사람에 대해서 믿고 맡길 수 밖에 없고, 일과 관계없는 것은 물어보지 않는다고 한다. 면접을 보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인간성과 교양, 면접 등등 업무 외의 것을 더 물어보지만, 실리콘밸리는 지극히 실무적인 면접을 진행한다. 예를 들어 그 조직의 팀장이 아닌 프로그래머 5명이 붙어서 철저하게 그 사람의 실력을 검증하는 방식이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정(情)이 없다는 것. 언제든지 이유없이 해고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개의치 않는다고 한다. 주변에 수많은 기회들이 널려있기 때문에. 또 다른 단점이라면 물가가 비싸다는 것. 상상을 초월한다. 뉴욕 맨하탄의 물가를 뛰어넘었다고 들었다.

아래는 간단한 도표. 절대적인 비교는 아니다.


 대기업

스타트업 

 체계적 교육 

 출근 첫 날 투입 

 주변에 다양한 멘토

 스스로 해결

 미팅의 연속

 자유로운 업무 

 팀의식

 주인의식

 결재 1-2주

 빠른결정


 

 한국

 실리콘밸리 

 엔지니어처우 

 보통 이하 

 최상 

 소통구조

 수직

 수평 

 업무시간

 중요 

 자유 

 잦은이직

 치부 

 장점 


강연자 분들 중 테슬라에서 일하는 분도 오셨다. 테슬라는 전기차를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전기차는 엔진을 사용하는 기존 자동차 업계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또 IT업계에서는 새로운 스마트장치로 각광받는 분야이다. 그 중심에 테슬라가 있다. 이 회사가 유명한 또 다른 이유는 창업자 앨론 머스크 때문이다.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이자 테슬라 뿐 아니라 우주여행을 시도하는 스페이스X라는 기업도 세웠다. 무모한 도전으로 보이지만 아이디어를 거침없이 실행하는 용감한 창업인으로 스티브잡스에 비견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전기차가 상용화 된다면 말 그대로 혁명이다. 이동 수단의 혁명. 스마트카는 손바닥만한 컴퓨터인 스마트폰을 넘어서 타고다니는 컴퓨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의 엔진 자동차 산업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교수님들 중 수업시간에 테슬라를 언급하지 않는 교수님이 없을 정도로 HOT한 산업이다. 


대략적인 기업정보는 다음과 같다.

13000명의 직원. 2003년 설립했고, 2010년 기업공개, 2012년 모델S 출시. 전기자동차의 대중화를 궁극적인 목표로 하고 있는데 그 단계는 3단계로 진행된다고 한다. 첫번째는 고급 스포츠카를 통해 전기 자동차의 구린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것. 두 번째는 고급세단을 내놓는 것이다. 현재 모델 S,X가 그 단계에 해당한다. 마지막 단계는 대중차량 생산이다. 시동걸 때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제로백이라고 하는데 현재 2.8초라고 한다. 


실리콘밸리는 IT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곳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 처음에는 그 사람들이 대단해 보였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마치 서울사람들 몇 명 데리고 와서 지방 촌사람들이 질문하는 모양과 너무 흡사했다. "서울(실리콘밸리) 사람들은 뭐하면서 지내나요?" "서울(실리콘밸리)이랑 여기랑 다른 점이 무엇인가요?". 청중들이 하는 질문들은 딱 이 수준이었다. 내가 인상깊었던 점은 강연자들이 실리콘밸리에서 와서라기 보다는 그 사람들의 배경 혹은 스펙이 형편없었다는 점이다. 1명은 지방대 출신이었고, 다른 1명은 공고 출신에 이름도 없는 4년제 학교 출신이었다. 우리들은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대단한 스펙을 가진 사람들일 거라는 일종의 편견을 가지고 있다. 객관적으로 말해서 그 분들은 성공한 사람들은 아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한다는 사실 자체가 성공의 보증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실리콘밸리에 자리를 잡은지 얼마 안 된 사람들도 있었다. 단지 평범한 사람들도 구글 애플과 같은 기업에 들어가서 세상을 바꾸는 일에 함께할 수 있다는 의미로 충분했다.


질문하는 청중들 중에서 현재 창업중인 학생들도 있었다. 학생 신분으로 창업이라는 힘든 길을 선택한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창업은 단순히 스펙이 아니다. 목숨걸고 하지 않을거면 애초에 접는 것이 훨씬 낫다. 최근에 스타트업에 방문할 일이 있었다. 관계자분은 기술뿐 아니라 회사 경영을 포함해서 말 그대로 다 알아야 한다고 하셨다. 강연자 분들도 학부생의 창업은 조금 우려스럽다고 하셨다. 아는 게 없고 경험이 없는데 무슨 창업이냐는 뉘앙스였다. 요즘따라 창업이 단순히 큰 돈을 벌 수있는 수단, 그리고 하나의 유행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창업을 하기 위해 일부러 준비하기 보다는 열심히 살다보면 어느 순간 창업의 기회를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대단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사실 이미 누군가 하고있는 경우가 다분히 많다. 전도서의 경구를 기억하자.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사람들이 그 분들에게 질문할 때 실리콘밸리에서 일하기 위한 자격에 대해서 많이 물어봤는데 절대적인 답은 없었다. 특별한 학위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출중한 영어 실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물론 외국에서 학위를 딴다면 기업과 연계되는 프로그램이 많아서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데 조금은 유리할지도 모른다고 하셨다. 필요한 것은 오직 실력. 그 회사에 필요한 실력과 기술만 가지고 있으면 알파벳을 몰라도 갈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거대한 기업들이 부럽진 않았다. 그 문화가 너무 부러웠다. 실리콘밸리의 저력은 구글 애플이 아니라 바로 그 문화에 있다.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거대한 기업이 아닌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 실패를 용인하는 분위기, 자율과 책임의 문화이다. 우리나라에도 실리콘밸리에 어깨를 견줄만한 그런 산업단지가 있을 수는 없을까? 일단 큰 기업들이 모범을 보여야한다. 단가 후려치면서 하청업체를 부려먹는 그런 오만함으로 이 나라에선 어떤 싹도 자라날 수 없다. 이제는 한 사람의 열 걸음 보다는 열 사람의 한 걸음이 중요하다.

도길이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