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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거제도-부산-포항

2016.12.25 23:20

우리나라의 자부심을 온몸으로 느끼고 온 여행이었다. 기말고사 끝난 후 곧바로 떠났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우리나라 자랑스러운 산업현장인 조선소와 제철소를 방문하고, 부산 근현대 건축물들을 보고 오는 것이었다.


거제도

 거제도는 인구 25만의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큰 섬이다. 현재는 (신)거제대교로 통영과 이어져있고, 거가대교로 가덕도, 부산과 이어져 있어 더 이상 섬처럼 고립되어 있지는 않다. 


 조선도시로 유명한 거제도에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자리잡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장평지역에 조선소가 있어 고현버스터미널에서 내리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문이 6개나 될 정도로(삼성은 2개) 규모가 큰데, 아주동부터 시작해 옥포지역 대부분을 차지하는 거대한 면적을 자랑한다. 현재 삼성중공업은 견학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는 듯해서 대우조선해양을 통해 조선소 견학을 할 수 있었다. 견학시간은 대략 20분 정도. 견학장소가 중요한데 조선소 규모도 워낙 크고 문도 많다보니 장소를 착각하기 십상이다. 꼭 "정문"으로 가야한다. 또한 단순히 배가 아닌 잠수함이나 군함과 같은 방위산업도 진행하다보니 견학 도중 사진촬영은 금지.


 첫날 거제도에 5시쯤 도착해 별다른 일정없이 고현시장과 시내구경을 했다. 인구에 비해 개발이 덜 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오래된 빌라, 20년은 족히 넘어 보이는 아파트 단지들이 많이 보였다. 유명한 국밥집 충남식당에서 국밥을 먹었다. 메뉴를 보니 소주 브랜드 중 참이슬과 처음처럼이 없었고, 사람들이 좋은데이를 즐겨 마시는 것 같다. 고현시내에서 가조도나 칠천도가 가까운 섬이라고 들어 잠깐 나갔다 올까도 생각했었지만 비가 워낙 많이 오고 교통편도 안 좋아 포기했다. 계룡산 온천이라는 포로수용소 근처 찜질방에서 묵었다.


 조선소 작업복을 입은 사람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시내에 유흥업소가 무척 많은 것으로 보아 돈은 많이 벌지만 쓸 곳이 없는 노동 인력들을 위한 접대시설이 발달한 것 같았다. 거제도에서 인상깊었던 점은 살인적인 물가. 당장 김밥집과 시장에서 파는 물건 가격만 봐도 그 물가를 짐작할 수 있다. 조선산업에 의해 돈이 많은 지역이다 보니 물가가 오른 것 같지만 그러한 임금과 고물가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하고 찾아봐야할 것 같다. 두번째 날 계룡산 등산을 하며 만난 아주머니께서도 물가가 비싸 부산행 시내버스 2000번이 그렇게 붐빈다고 투덜대던 말도 기억난다. 아주머니의 말을 들어봤을 때 쌀값 등 생활물가 자체가 타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것 같다. 


 두번째 날에는 거제도 포로수용소와 계룡산 등정을 했다. 거제도 포로수용소공원은 나처럼 전문적으로 뭔가 배우려는 사람들에겐 큰 도움이 안되겠지만 아이들이 6.25전쟁에 대해 배울 수 있는 훌륭한 배움의 장이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이 잘 구비되어 있다는 점이다. 체험관에 들어가면 나도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실제 전장상황을 생동감있게 재현해 놓았고, 35분짜리 4D 영화도 전쟁의 참상을 경험하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3시간 정도 잡으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6.25 전쟁이 포로문제 때문에 2년간 더 지속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만큼 포로문제와 관련해 연합군과 공산국가들의 입장 차는 컸다. 전체교환과 일대일교환, 강제송환과 자유송환 등 타협해야할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수용소 내에는 총 17만 3천명의 포로가 있었다. 북한 15만, 중공군 2만, 기타(여성 및 등등) 3천. 수용소 철거 시 1200구 가량의 시신이 나온 것으로 보아 반공포로와 친공포로의 갈등이 심했음을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포로는 주로 인청상륙작전과 중공군 개입이후 총 반격을 하는 중에 많이 생겼다. 또한 귀순자, 국군 낙오자, 민간인 등의 무분별한 포로처리 역시 포로 증가의 한 원인이 되었다. 


포로수용소 견학 후 주변에 있는 계룡산 등정을 했다. 거제시내와 가깝고, 그렇게 높은 산이 아니라 거제시민들에게 친숙한 산인 모양이다. 14시까지 조선소 견학이 예약되어 있어 고민을 많이 했지만 강행군을 했다. 2시간 반정도 걸리는 왕복거리를 1시간 반정도에 끝냈다. 정상에 오르면 거제 전경이 모두 보여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누군가 거제 여행을 간다면 꼭 추천해주고 싶다.


계룡산에서 하산 후 조선소로 이동했다. 버스를 타고 옥포 조선소로 이동하려면 고현터미널을 거쳐 돌아가므로 택시 이용을 권장한다. 터널이 뚫려있어 15분 내외로 금방갈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 사업장은 여의도 면적의 약1.5배. 임직원은 약 4만명 가량. 원래 4만 5천명 정도였지만 조선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오천명정도 감축했다고 들었다. 


 배를 만드는 과정을 자세히 볼 수 있는데 배는 레고블럭과 같이 각 부분부분 블럭들을 따로 만든 후 조립한다고 했다. 여기서 배의 건조과정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자.

선박은 사용목적에 따라 상선(화물선, 화객선, 여객선), 군함, 특수작업선으로 구분 가능.

크게 수주계약, 선박건조, (선주로의) 인도로 나눌 수 있다.


1. 수주계약

- 선주사와 조선소간의 상담을 통해 선박건조 계약이 체결된다.(계약)


2. 선박건조

- 선박건조사양서에 의거 첨단 컴퓨터 설계 프로그램(TRIBON system)을 이용해 선박을 설계한다.

- 설계는 기본설계, 상세설계, 생산설계 단계로 이루어짐.(설계)

- 선박 건조에 쓰이는 철판을 설계 도면에 따라 자른다.(가공, 강재절단)

- 철판은 선박을 이루는 각각의 블록으로 제작되고, 블록은 도크로 옮겨져 조립.(조립, 블록탑재)

- 선박의 각 부분에 들어갈 배관, 전선, 전기설비, 기계장치 등 각종 의장품을 블록조립에서 사전 설치.(의장, pre- outfitting)

- 제작이 완료된 블록을 표면처리 후 주어진 사양에 의거 도장.(도장, painting)

- 조립과 도장을 마친 블럭과 엔진을 선대에 탑재.(엔진탑재)

- 도크에 바닷물을 채워 조립된 선박을 바다로 내보냄.(진수) 각종 마무리 의장 공사를 받음.

- 건조가 완료된 선박은 실제 항해와 똑같은 조건하에서 성능 검증.(시운전)


3. 인도

- 선박이 완성되고, 시운전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을 때, 건조자와 선주자는 인수도의정서에 서명을 하고, 완성된 선박을 인도 및 인수하게 된다.



부산

 옥포 지역에 있는 중앙식당 두루치기로 점심을 먹고, 2000번 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향했다. 남포역 5시 도착 후 영도다리로 향했다. 영도다리는 <굳세어라 금순아>라는 노래로 유명한 다리. 우리나라 최초의 도개교로서 지금은 배가 지나다니지는 않고, 관광용으로 오후 2시에 한 번 다리가 열린다. 많은 피난민들이 헤어질 때 이 다리에서 만나자는 기약을 했다고 전해진다. 바로 주변엔 자갈치 시장과 깡깡이 길이라고 불리는 조선수리업체 거리가 있다. 부모님들은 힘든 피난살이 가운데 배를 고치며, 자갈치시장과 국제시장에서 물건을 팔며 부산의 아들과 딸들을 키우고 가르쳤다. 그런 삶의 치열한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영도다리.


저녁에는 관광버스를 타며 부산의 야경을 관람했다. 광안대교는 갈매기의 날개를 닮은 외관이 독특한데 왕복 차선이 위 아래 복선으로 구성되어 있는 다리라고 한다. 특히 금련산청소년 수련원에서 보는 야경이 일품이었다.  광안리까지 가는 길목에 봤던 마린시티의 전경은 마친 희망차게 솟아 오르는 부산의 미래를 상징하는 것 같았다. 부산항 대교는 롤러코스터 대교라고도 불리는데 다리까지 올라가려면 빙글빙글 돌아서가야한다.


숙소는 부평깡통시장 안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로 잡았다. 전주, 대구 등 시장골목에서 성황리에 열리는 야시장의 원조가 바로 여기 깡통시장이라고 한다. 잡다한 먹을거리가 많고, 주변 아리랑 거리, 젊음의 거리 등등 거대한 시장권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깡통시장 근처에 보수동 책방골목도 있어 다양한 먹거리와 물건들을 만날 수 있다.


다음날 신창국밥에서 돼지국밥을 먹고, 보수동 책방골목을 구경한 후 시장 일대를 여기저기 구경했다. 2시에는 어제 못봤던 영도다리 도개과정도 볼 수 있었다. 서구청 건물과 그 뒤 전력공사 건물을 보고, 이바구 길이라고 불리는 부산역 앞 초량동으로 향했다. 달동네가 있는 곳인데 기나긴 계단과 함께 주변 전망이 좋아 관광지와 드라마 촬영지로 요즘들어 각광받는 곳이다. 옛 백제병원과 남선창고 터를 지나 기나긴 계단이 있는 곳까지 걸었다.



포항

포항으로 가는 길에 만났던 옆자리 아주머니께서 잘 챙겨주셨다. 객지에서 오느라 고생한다면서 문덕온천 찜질방까지 태워다 주셨고, 동아대 전자과 교수인 자기 남편과 같은 전공이라며 반겨주셨다. 아주머니의 아버님과도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포항제철소 창립 멤버였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당시 포항제철소는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지은 것인데, 3개월 일본어 공부시키고 바로 일본에 연수를 보낼 정도였으니 중책감에 자살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포항제철소는 포항 시내 어디서든지 형산강 너머로 잘 보인다. 


여기서 제철과정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자. 철강제조는 크게 제선공정, 제강공정, 연주공정, 압연공정 순으로 진행된다.



1. 제선공정 : 쇳물을 생산하는 기초과정

제철소는 항구 근처에 보통 짓는다. 그 이유는 배를 통해 운반한 철광석을 신속히 제련하기 위해서다. 배에서 철광석을 하선하는 데에만 4박 5일 정도가 소요되며, 체선료만 하루에 2천에서 6천만원 가까이 된다고 한다. 철광석은 보통 가루 형태로 되어 있는데 열이 잘 전달되지 않으므로 덩어리로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철광석은 소결공정에서 석탄은 코크스 공정을 통해 작은 덩어리로 만든다. 작은 쇳덩이를 쇳물로 바꾸는 과정을 제선공정이라고 한다. 용광로에 석탄과 철광석을 시루떡과 같이 번갈아 넣는다. 석탄(유연탄)이 타면서 온도를 높여 철광석을 녹이고, 이 때 발생하는 일산화탄소가 산화철과 환원반응을 일으켜 산소와 쇳물을 분리시키는 역할도 한다. 이 때 쇳물에는 탄소나 유황 등 불순물이 함유돼 있으며 용선이라고 부른다.


포스코에서 개발한 차세대 공법 파이넥스는 가루 형태의 원료를 덩어리로 만드는 과정을 없애고, 그대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훨씬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방법이라고 한다.


2. 제강공정 : 쇳물에서 불순물을 제거해 강철로 만드는 공정

단순한 쇳물은 불순물이 많아 가공이 쉽지 않다. 순수한 산소를 불어넣어 인이나 유황, 탄소성분을 걸러낸다. 불순물을 제거한 깨끗한 쇳물을 용강이라고 한다.


3. 연주공정 : 액체상태의 철이 고체가 되는 공정

액체 상태의 용강을 주형에 주입하고, 냉각, 응고 과정을 거쳐 슬래브나 블룸, 빌릿 등의 중간 소재로 만드는 과정이다.


4. 압연공정 : 철을 강판이나 선재로 만드는 공정

포항제철소에서 견학했던 부분은 바로 압연공정이었다. 붉게 달구어진 슬래브가 회전하는 여러개의 롤 사이를 반복적 통과하며 점점 늘리거나 얇게 만드는 과정이다. 슬래브의 열기와 소음, 그리고 비릿한 제철소의 가스냄새를 맡으며 산업의 쌀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얇게 만들어진 슬래브는 열연코일로 불리는 롤 화장지처럼 돌돌 말려나온다.


이러한 열연코일은 건축자재나 파이프 등 산업체에서 많이 쓰인다. 열연제품을 실온에서 더 얇게 가공한 냉연제품은 일반 가전제품과 자동차 프레임 등에 쓰인다. 슬래브는 또한 두꺼운 판으로도 가공 가능한데, 후판제품은 빌딩, 선박 등에 많이 쓰인다.  블룸은 다시 강편 압연기를 거쳐 빌릿으로 변하며 선재 압연기를 통해 선재로 가공된다. 선재제품은 철사 모양의 제품으로서 타이어코드, 피아노현, 교량용 와이어 등에 쓰인다.


포항제철소는 숲속의 제철소라고 불리며 방풍림이 많고, 친환경적이다. 포항제철소는 위 공정단계가 U자 형태로 이루어져 있으며, 광양제철소는 일직선으로 만들어 공정 효율을 극대화 시켰다.


6월9일 철강의 날, 제1용광로에서 첫 쇳물이 터져나온 날이라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 경제국보 1호(2호는 포니)가 1용광로라고 하니 철강산업이 경제발전에 끼친 영향은 막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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